우리가 살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직접 입으로 내뱉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혹은 행복하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사전적 의미의 행복이라는 것은 ‘욕구가 충족되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라고 되어 있기는 하나 단순히 이것 하나로 정의 되어 지기는 힘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는 바도 잘 모르거나 그것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만 모른 채 하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꼭 영화의 제목과 영화에서 실제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나 소재와 관련되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관객들에게 제목이 주는 영향력은 크다. ‘제목’을 본 순간 이미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행복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는 실제로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관객들은 이미 제목을 본 순간부터 감독이 행복에 대해 얘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그것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에 대해 응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든 것 같지는 않아. ‘도대체 왜 행복일까’ 이런 생각은 많이 했지”라고 허진호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본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행복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해 줬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했다.
우선 전반부의 임수정과 황정민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들은 너무나 비현실적 이였다. 특히나 둘이서 요양원에서 나와 함께 살림을 차리러 나갈 때 흐르는 ‘행복의 나라로’라는 노래는 비현실적인 모습의 극에 달했다.
감독은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영화 내에서 보여진 은희와 영수의 삶에 대해서 은희의 삶은 행복이고 영수의 세속적인 삶은 행복이 아니라는 듯이 보여 줬다. 영수는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에 침을 뱉었고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공효진에게 '야이 미친년아 넌 이렇게 사는게 재밌니?"라며 냉소를 퍼붓기도 했다. 게다가 영화의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영수의 그동안의 잘못들을 경건하고 따뜻한 하얀눈이 포옥 감싸안듯이 내리면서 요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감독의 행복에 대한 생각. 즉 은희 지향적인 삶이 행복 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치료를 하러온 요양원에서 ‘뭐든지 그냥 맛있게 먹으면 몸에 좋다 그러잖아. 에이고 모르겠다 그냥 먹고죽자‘며 몰래 라면을 맛있게 먹는 요양원 식구들의 모습이나 영수와 은희의 정사 씬에서 ’영수씨 나 숨차면 죽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은희는 위험하지만 행복해 보였다. 담배와 술을 끊었다는 영수의 말에 ’건강에는 좋지만, 재미가 없잖아..‘라며 격한 노동뒤에 마시는 맥주의 맛을 느끼는 트럭운전사 역시 행복하게 그린다. 은희가 말했던 그날 그날 하루를 살아가는, 나중같은 것은 모르는 삶의 모습들이다. 행복은 헷갈려진다. 자칫하면 불행의 길로 치달을 수 있는 순간들 속에서 행복은 공존한다.
건강을 위해 맛있지만 몸에 좋지 않은것을 먹지 않는 은희나, 노후자금은 4억 오천정도가 든다면서 지금 이렇게 살수만은 없다면서 은희를 떠나는 영수나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비슷하게 보인다. 그렇기에 굳이 영수의 삶에 대해 아무나 침을 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사실 이런것이 행복이구나.. 라는 생각보다는 행복이라는 것이 참 복합적인 감정이고 단순한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게다가 현대라는 거대한 사회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혹은 인스턴트 라면처럼 강렬한 조미료맛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느 한쪽의 삶이 행복이고 어느것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폭력으로 다가와 지기도 한다.
감독이 영화로서 ‘행복’에 대한 화두를 던져 주었다는 점을 제외 하고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의 영화이지만 실제 삶보다 더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낸 그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글쎄 허진호 감독이 왜 이런 주제를 이런 이야기로서 풀어나갔을까 하는 생각이들 정도로 실망했다. 그리고 행복에 관한 그의 분명한 시선 또한 동의할 수 없다. 애초에 제목을 행복이라고 지은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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