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2 19:14

영화 주노 - 부모 준비가 덜된 어른, 혹은 부모 되기를 포기하는 어른을 마주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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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에 홍대에서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였다. 동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주노는 아침 아홉시경에 딱 한번 상영이 있었기에 하루종일 상영을 하는 홍대 상상마당 극장으로 향했다. 복합문화 공간인 상상마당이 개관한 것은 좀 됐지만, 공연장인 아트홀에나 가봤지 극장은 가본적이 없었다. '홍대로 영화를 보러간다는 것'이 어쩐지 어색한건 여전하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94석인 상상마당 극장은 사람이 텅텅 비어있었고 스크린도 94석에 비하면 꾀 볼만한 크기의 사이즈였다. 시끄러운 동네 홍대에서 그것도 주말에, 이렇게 한산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곳도 드물것이다.

영화 얘기를 하자면 사실 난 '주노'라는 영화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딱히 극장에 직접 가서 볼 생각도 없었다. 나중에 디브이디나 나오면 보거나 아니면 말지 정도 였으니.

그렇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작용했겠지만 나만의 개인적인 징크스 아닌 징크스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아카데미가 극찬했다는 꼬리가 붙은체 홍보를 꾀 하는 영화들은 언제나 내겐 큰만족감을 주지 못해왔기 때문이다.(물론 주노는 골든글러브외  영화제수상과 아카데미가 애태우며 기다리는 최고 기대작이라 붙혀져있었음)
주노 역시 그런 징크스를 깨주지 못했다. 뭐, 그리 유난떨만한 영화는 아닌거 같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밴드를 하고있는고 슬레시 무비에 환장하는 고2소녀 주노의 첫경험에 의한 난감한 임신. 낙태할 것인가? 낳을것인가?  다부지고 당찬 주노의 선택은 곧 낳게될 아이가 준비된 가정에서 사랑받고 크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입양할 부모를 찾아 나서게 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 인상깊게 본 것은 남들과는 다르다고 일컬어지는 '104%의 주노의 선택'이 아니라 주노가 마땅한 부모를 찾기위해 알게된 바네사 부인(제니퍼 가너)과 남편 마크(제이슨 베이트먼)의 이야기 였다.

바네사와 마크는 남들이 보기에, 아이가 없다는것만 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부이다. 물질적으로도 풍족하며 두 부부의 금술또한 닭살지경이다. 마치 주노의 아이를 위해 준비된 가정인양. 이런 부부에게 주노는 아이를 낳아주려고 결심하고 임신 중간 그 부부의 집안을 오가게 된다.
 
바네사의 남편인 마크는 주노와 잘 통할 정도로 아직도 나이에 맞지않게 음악과 만화 공포영화등에 열광하는 어른이다. 아직은 자신의 취향과 꿈과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길 원한다. 아빠가 될 준비가 아직은 안된 남편 마크. 그래서 결국에는 바네사와 이혼을 하게 된다. 그 소식을  듣고 주노는 화를 냈고

" 아저씨가 추천해줬던 소닉유스 들어봤는데 소음이에요! "

라면서 울면서 마크부부의 집밖을 나서게된다.

내가 그 부부들의 이야기를 인상깊게 본 이유는 아마도 '마크'라는 케릭터 때문인것 같다. 그것은 현실의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보는것만 같아서랄까? 아직,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울 시기는 아니지만 머지 않아 맞닥드리게될 현실인 것만 같아서 였다.

'생명'이 소중하고 인간으로서 부모가 되보는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자식이 생겨봐야 진정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하지만 엄마나 아빠가 되는것 보다 다른 일들 또한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여겨 부모되기를 포기하는는 이들. 혹은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있는 사람들. 아직은 나도 마크처럼 엄마아빠 준비가 덜 된 사람이기에.. 마크라는 케릭터에 주목하게 되었다. 결국은 기회비용 의 원리가 여기서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한가지를 얻게되면 다른 한가지를 포기하게 되는 것. 물론 그 둘을 현명하고 똑똑하게 잘 얻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역시 부모가 된다는것, 어른이 된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되었다.

사람들이 그리고,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삶은 각기 다르다. 지향하는 삶의 가치나 기준 또한 다르고..
남이 보기에는 아직도 철이 덜들고 이기적이고 뻘짓하는거라 여겨지는 것이 어떤이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 되기도한다.  어느것을 선택할지는 역시 개개인의 선택일 테지만 아직까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삶을 택하게 되는것도 어려운것 같다.
 
다시말해서,
'부모'가 되는것 만큼이나 '부모'가 되기를 포기하는것
또한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영화 주노를 보면서.. 생각 해보게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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