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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01 영화 욕망의 낮과 밤 (1)
무엇을 봐야할까. 고민하다가 고른것이 곰플레이어의 무료영화다. 종종 이용하는 곳인데, 의외로 요즘 보기 힘든 영화들이나 작품성 높은 영화들이 올라와져 있기도 하다. 오늘 나의 눈에 띄었던 것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초기작 ‘욕망의 낮과 밤’이였다. 내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을 처음 보게 된것은 ‘그녀에게’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은 그의 초기작쯤에 속하며 1990년도에 만들어진 영화다.
스토리는, ‘좋아하던 여자를 납치하고, 결국엔 납치했던 여자가 그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남성들만의 판타지를 투영시켜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내용이다. 나 역시 남성이 아닌 여성중의 한사람으로서 그런 스토리를 이야기 하는 영화에 과연 고개를 끄덕 일수 있을까? 하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이기에.. 그는 과연 나를 어떤 방식으로 설득 시킬까 하는 의구심으로 그렇게 영화를 보게 되었다.
또한 한국판 제목이 욕망의 낮과 밤 이였기에 처음부터 나는 ‘욕망’에 초점을 두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욕망이라.. ‘욕망’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느낌은 우선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이고 이성적인 것 보다는 비이성적인 것, 의식의 영역 보다는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것이 나의 일차적인 이미지다. 일반적인 사전에서의 정의는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 마음. 부족을 느껴 이를 채우려고 하는 마음이라 정의 되어 있다.
안토니오반데라스가 맡았던 주인공 ‘리키’는 고아에, 정신병원에서 몇 번이나 탈출한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23살 무렵 이제는 정상인이라는 판단을 받게 되고 떠나려하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하는 첫 장면에서 원장의 모습에서 리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짐작 할 수가 있었다. 정신병원에서 제일 먼저 나와서 그가 한일은 1년 전에 만났던 ‘마리나’라는 전직 포르노 여배우를 찾아가서 하트상자에 담긴 초콜릿을 전달하기도 하며 끄떡도 하지 않는 그녀에게 날 좀 제발 봐달라며 물구나무서기를 하기도 한다. 그는 순수하다.
“나는 스물셋이고 혼자고 오만페세타가 있어.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될꺼야“라며 진심어린 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에는 그녀를 납치해서 감금하기 까지 한다. 이쯤에서 나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영화들이 있었다. 완전한 사육과 나쁜남자.
완전한 사육은 모든 시리즈를 다 보진 못했지만 내가 봤던 편(비밀의 지하실)의 남자주인공과 나쁜남자에서의 조재현 그리고 이 영화의 리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내에서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점으로는 납치한 여자를 강제적으로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성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여성의 이미지를 그려낸다고 욕먹을 수 있기도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서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함과 진실된 사랑에 대한 욕망이였다.
나쁜남자에서 조재현은 그녀를 지켜볼 뿐이고, 완전한 사육에서의 주인공도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쓰러져있는 그녀를 보살피기만 했고 마리나는 얼른 볼일을 보고 떠나라했지만 리키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당신은 나를 사랑하게 될 것 이라며 마리나를 타일렀다. 즉 그들이 그녀들에게 원했던 것은 단순한 성적 욕구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긍 그리고 사랑을 원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사회와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고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 서툴다는 것이다. 소통의 어려움과 고립감을 남들보다 쉽게 느끼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욕구는 일반인들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리키에게 있어 마리나가 자신의 끝없는 여행의 정착지 였던 것처럼 그들에게 있어 그 여자들의 존재는 절대적이였다. 절박한 그들이기에 자신 나름의 방법으로,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소통을 시도하려 했던 것이다.
리키에게서 나쁜남자의 조재현을 떠올렸던 것은 바싹 깎은 리키의 스포츠 머리스타일과 짙은 눈썹, 큰 눈 때문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였다. 침대위에서 그녀를 강간하기는 커녕 잠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그리고 아이같은 눈빛으로 평화롭게 누워있는 모습은 나쁜남자에서의 장면과도 흡사했다. 다른것이 있다면 알모도바르의 침실 배경에는 예수가 양을 이끄는 그림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 전체적으로서 비슷한 류의 소재로 만든 나쁜남자나 완전한 사육과 다르던 점은 그들보다는 경쾌하며 유쾌하게 다뤘으며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끝맺었다는 것이다. 헤피엔딩으로 가기 전까지의 상황들에서는 물론 위험한 사건이 발생할때 마다 흐르던 엔니오모리꼬네의 음악은 영화 싸이코의 살인 장면에서 나왔던 음악과 비슷한것이 흐를정도로 긴장감이 있기도 했다. 사실 좀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엔딩에서의 환하게 웃으며 서로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하는 그들의 차안의 모습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훈훈한 음악은 이것은 완전한 해피엔딩이라 종지부를 박았다. 게다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 뒤에 만들었던 영화들에서 느껴지던 미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원색에 대한 집착 역시 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리키가 묵던 끈에서 벗어나고 싶던 마리나는 어느새 영화의 원제처럼 나를 묶어달라고 외친다. 리키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을 위해 약을 구하러 갔다가 피를 흘리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나를 풀어달라고 하다가, 나를 묶어달라고 외치며 그녀가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은 한순간 이였다. 리키가 처음 그녀를 한순간에 보고 1년 동안 잊지 못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성적인 것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들을 바라보자면 미친놈이라고 욕할 수밖에 없지만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 테두리안속에서 나는 그들의 순수한 사랑..그것도 인간이 통제할 수 없고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한순간의 사랑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이였다 할지라도.. 그들은 순수했고 사랑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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