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3 18:02

영화 여행의 시작 - 부모 세대들에 대한 이해의 시작

서울에서의 아시아영화펀드 쇼케이스가 지난 3월7일부터 20일까지 있었다.마지막날인 20일에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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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 감독의 '여행의 시작'을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 보게 되었다.

같은 건물의 스펀지하우스에서 영화를 본 적은 있어도 인디스페이스에서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평일 8시 30분 상영인데다 가 상업영화가 아니기에 관객은 10명도 안됬다. 멀티플렉스 같이 팝콘냄새 풀풀나고 북적이고 시끄러운 극장보다 사람 없는 극장을 좋아하는 나에게 새로운 아트플러스 영화관들이 점점 생겨나는 것에 대해서 반가워하며  다행이라  잠시 생각했다. 명동에 있다는게 좀 에러긴 하지만..''; 어쨋든  귀엽고 재미있는 인디 스페이스만의 트레일러 영상이 끝나고 영화는 시작 되었다.

독립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것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영화를 보는 초반에는 필름으로 찍은거 같지 않는 화질과 프레임에서 잠시동안 잘 적응이 되지 않기도 했다. 게다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도 헷갈려 하기도 했다. 실제의 주인공들이 직접 다시 재연을 하는건지, 그들을 있는그대로 촬영한 다큐멘터리인지, 아니면 아예 허구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들이 연기한건지.

그런 혼란속에서 이 영화를 보고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어 갈 수록 그런 것들은 잊고 그들의 특별한 여행에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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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아들 빙과, 바람을 피웠던 그의 아버지다. 자신의 남부럽지 않을 순탄한 인생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은 바로 지금 함께 그와 여행을 떠나고 있는 그의 아버지였다.

상황만 봤을때, 그 둘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진않는다. 아들 빙의 거의 라우마격으로 겨질법한 큰 처를 준 아버지와 함께 둘은 그 아줌마를 만나러 간다.

아들 빙에게 있어서 이번 여행의 목적은,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 오게 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함이였다.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불륜, 아니 자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아들 빙에게 이해시키기 위함이였다.

여행의 장소도 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게되었던 곳이며 그곳은 빙의 아버지가 청춘을 보냈던 곳이기도 했다. 그들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수 없었으며 헤어짐 역시 그랬다. 그것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문화혁명에 관련된 그당시 기록들이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 되기도 했다.

아들 빙은 그러한 시대적 상황이나 아버지 본인이 겪어온 고생담을 듣는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짜증을 냈지만 여행이 진행됨에 따라 그토록 미워하기만 했던 아버지를 차츰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아버지와 여행을 할수록 빙은 그의 어머니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매일 자신에게 신경질만 부리던 그의 어머니지만 이렇게 어머니와 그 자신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것이 어머니를 배신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여행하는 도중에 어머니와의 실감나는 일상에서의 갈등과 대화들이 교차편집 되어 나오는데 그때 빙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묻는다.

" 엄마는 아버지 사랑했어? "

- " 그래..
   난, 네 아버지 사랑했었어.. "


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이 영화에서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장면의 대사였다. 조금은 다르지만 리얼하고 비슷한 케릭터였던 우리 나라의 영화 '인어공주'에서의 연순과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극중 복수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둘 역시 이 영화의 빙의 어머니처럼 억척스럽고 거칠며 남편에 대한 증오가 있었지만  한때는 그들도 그의 아버지들을 진실로 사랑했었던 한 여인이었다. 이것은 단지 영화에서 뿐아니라 현실의 모든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보면 '시간'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며 슬프기도 했고 나의 현실과 맞닿은 빙의 이야기는 절대로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 아들은 부모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부모세대에 대해 여전히 100%이해할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이해의  시작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여행의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봐왔던 영화들에서의 '여행'이라는 것들은 언제나 그들은 여행을 다녀온 후 '성장'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이 영화 역시 그랬으며 그런것들이 자꾸 나에게 여행의 로망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말이 잠시 딴데로 샜지만 어쨋든 이 영화는 내겐 그랬다. 부모 세대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지를 주었으며 시간의 무기력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또한 영화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던 독백과도 같은 빙의 나레이션과 영화 막바지에 나왔던 중국 젊은이들의 유행가를 통해 중국의 젊은 세대들의 혼란과 고민, 방황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투박하고 가볍지 않은 유머가 곳곳에 스며들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젊지만, 진지함과 진정성을 담은 영화였다.

마지막에 중국의 유행가가 흐르며 크레딧이 올라갈때 부모님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며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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