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그녀가 왔다. 비욕(Bjork)-
몇 년 전, 잡지에서 후지록페스티벌에 비욕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면서 '과연 내가 그녀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날이 올 수 있을까?'하며 부러워하며 한국에는 절대 저런 아티스트가 와서 공연하는 일은 없겠지.. 했었는데 기대조차 않고있던 비욕이 제작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기점으로 연이어 이어지는 내한공연의 물결속에 그녀도 합류하였다.
음악을 좀 듣는다는 주위 사람들중 한명에게 비욕 내한공연에 간다고하니 그녀에 대해 알지못했다.영화 '어둠속의 댄서'를 들먹였음에도 불구하고 잘 몰랐었고 이처럼 비욕은 소위말해서 아는 사람은 정말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정말 모를 정도로 그녀의 음악은 비주류에 속하며 또 그 비주류의 카테고리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음악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그녀의 음악을 장르로서 구분할때 일렉트로닉으로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단지 일렉트로닉이라 하기에는 부족하며 장르로서도, 음악활동 이외의 그녀의 다채로운 활동처럼 무경계적이며 포스트적이다. 사실, 그녀의 음악이 어느 한가지 부류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뮤지션이라고 명명하기보다는 '아티스트'- 그것도 '총체적 아티스트'라고 칭하는 것이 사실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만큼 그녀의 활동 스펙트럼은 다양하며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여느 다른 뮤지션들의 연주를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다는 개념 보다는 아티스트인 비욕과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에 함께하면서 그녀가 내뿜는 기를 느끼러 가는 것이 더 컸다. 간단히 말해서 음악이고,무대고, 뭐고간에 그저 '그녀'를 만나고싶다는 단순한 열망인것 이였다. 그만큼 뷔욕은 사람을 홀리게 만들어 발길을 이끄는 신비한 기운을 내뿜는 가수이자, 아티스트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묘한 이미지다.
어쨋든 오늘 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갔었고 공연을 주최했던 옐로우나인의 원활한 진행속에 입장을 하였다. 처음에는 자리가 별로 차지 않아서 역시 비욕이 국내에서 많은 표를 팔기 어려운거구나 싶었지만 공연 시간이 가까워짐에따라 1층 스탠딩석과 2층 전좌석이 가득 메워졌다. 관객의 거의 반이 외국인이였던 것으로보아 초대권이 많이 뿌려졌나 아니면 비욕의 인기의 힘일까했지만.. 어쨋거나 관객들은 비욕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기다리는 동안 흘러나왔던 비욕 본인의 노래가 아닌 다양한 노래(월드뮤직에서 부터 엔카)들을 재밌게 들으며 공연에 온 관객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침내 공연시간은 가까워졌고 공연을 하기전 사진촬영 적발시 강제퇴장과 야광봉을 쓸 수 없다는 방송이 흘러나왔고 다소 의아하기도 했지만 잘 하는 처사라 생각했다.
마치 비욕 왕국의 기사단들을 앞세운것 처럼 10명의 브라스들과 비욕의 입장으로 공연은 시작되었고 드디어, 다른 매체를 거쳐서가 아닌 직접 그녀를 내눈으로 보게 되었다. 2층에서 봐서 그런점도 있겠지만 무대위의 그녀의 체구는 생각보다 무척 왜소했지만 공연을 할때에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는 그 무대는 비욕을 감당하기에 비좁아보였으며 굉장한 에너지와 아우라를 내뿜었으며 절대자의 카리스마, 광기 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것에 나는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전적으로 당하게 되어진 느낌이였다. 그것은 도취였고 심취였다. 웬만한 공연이 아니지 않고서는 발생하지 않는 기분좋고 전율적인 소름끼침이 공연을 보는 동안 몇번이나 일어났었다. 비욕이 관객의 에너지를 흡수하기도 하며 그 에너지를 자신만의 에너지로 변환하여 나에게, 그리고 그곳의 모든 관객들에게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전달 해 주는것 같았다.
10명의 브라스들과 함께 비욕은 마치 원시부족의 추장과 마을사람들이 원형으로 한데모여 주술적인 행위를 하는듯한 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인간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을 띠었다. 역시 극과 극은 통하게 되어있는 걸까? 그런행위가 일렉트로닉 같은 현대적인 음악이 밑바탕인 비욕의 음악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사람들을 흥분하 게 만든다는 것이 재밌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이 흥분하고 열광할때의 모습은 좋은것이고 나쁜것임을 떠나 그것이 광끼이든, 데모이든, 공연이든 이성을 잃게되면 공통적으로 원초적인 행위를 띠게 되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나타나듯이 음악만큼이나 남달리 영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욕답게 '리액터블'이라는 신기한 미래에서나 볼 듯한 이펙터인지 악기인지 헷갈릴듯한 것을 가져와서 선보였다. 유투브를 통하여 본적이 있긴하지만 실제로 본것은 처음이였다. 공연내내 연주하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그 악기는 연주를 하는 것 자체가 비쥬얼화가 가능하게 되어있는 악기다. 마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듯한 행위가 연주를 하는 행위가 되고 그래픽화가 된다. 이펙터중에 손가락으로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카오스패드와 약간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비욕이 사용하는 악기 또한 역시 그녀의 음악처럼 그 경계가 모호하다. 어쨋든 그것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연주(?)또한 훌륭했다. 블랙라이트를 이용한 형광 조명과 레이저빔으로 벽면에 움직이는 이미지를 쏘며, 리액터블의 영상. 세가지의 조합이 잘 맞아 떨어져 비쥬얼적으로 일렉트로닉한 음악에 맞는 연출을 잘해주었다. 그것은 Hyperballad + Pluto를 부를때 정점에 다달았다. 정말이지, 돈이 없어서 2층에서 본거였는데 스탠딩석에서 보지못한것이 참 아쉽게 느껴졌다.
밴드소개와 멤버중 한명의 생일을 같이 축하해주자며 함께부른 생일축하송을 제외하면 노래가 끝나고 다른말은 하지 않고 오직 'Thanks you'만 했었다. 또 다른 어떤말을 해줄까 내심 기대하기도했지만 다른말은 역시 없었다. 하긴 그녀는 더이상 말 할 필요가 없음을 알기에 그리 했을것이다. 그녀로서는 표현하고자, 보여주고자, 전달하고자 했던것은 이미 노래와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서 충분히 보여줬으니말이다.
이번 비욕 내한공연을 통해서 다시한번 그녀가 뼛속부터 아티스트 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뿜던 그 에너지를 느꼈던 것을 가슴속에 오랫동안 담아두고 싶다.
역시.. 그녀는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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